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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골이 참 깊고도 오래 갑니다.

나 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곁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 '불황'이라는 이 단어가 징글징글 하네요.

세상 살아가면서 점점 더 나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텐데 아직도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나 자신에게 애처로움을 느낍니다.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비까지 오고 하니 막걸리 한 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이럴 때 늘 떠올려지는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누구를 떠올리면 전화번호가 자동으로 떠올려지지 않고 먼저 휴대폰에 있는 이름부터 검색합니다.


'디지털 치매'

나이 많고 적고의 차이도 없습니다. 네비게이션 없으면 원하는 곳에 가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어쨌던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남녀노소 국적불문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 '거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광장시장'..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 나가면 있는 그 곳에서..


'둘이 먹다가 하나 옆으로 쓰러져도 모른다는 그 맛집으로 가기 위해서..






무지 많은 먹거리들이 시장 곳곳에 차고 넘쳐납니다.

막걸리, 빈대떡, 국수, 김밥, 육회, 만두..... 다 먹어볼 수나 있으려나 모를 정도로 많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본점엔 낑겨 앉을 자리 조차 없는건 여전합니다.

어쩔 수 없이 옆 옆에 있는 별관(?)으로 갔습니다.





뭐 메뉴 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기본으로 주문합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그 빈대떡과 *수막걸리 1통으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빈대떡 한 점 뚝 떼서 양파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시장 바깥에서 따라 들어왔던 온갖 잡념들이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양파만으로도 막걸리 안주로는 딱 입니다.





어느새 두 통 비우고 세 통째.. 빙글빙글 돌아가며 녹두갈아 내리는 맷돌 지켜보다가 옆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기습적으로 물었습니다.

"친구야 빈대떡은 뭘로 만드냐?"

(막걸리 마시다가 무심코).. "빈대.. 아~ 아니다, 녹두"다..

"이 시키가..."   ㅎㅎㅎ






바로 옆에서 지글지글 빈대떡 익는 소리, 톡톡 기름 튀기며 고소하게 풍겨오는 냄새가

막걸리 잔을 계속 기울이게 만듭니다.






가게를 해 본 사람들은 저 '돈통'에 돈 넣는 기분 알죠.  그 기분.. 저도 좀 압니다.

많이 많이 버세요. 가격 착하고 맛 또한 좋으니 맨날 맨날 번창 하세요.





빈대떡 주시는 저 분 방한복 보니 그 옛날 군대에서 입었던 그 깔깔이 생각납니다.

옆에 이 친구 군생활 참 혹독하게 했어서 더 기억난다 합니다.

따뜻해 보이고 일하는데 거추장스러워 보이지 않아 좋아 보입니다.





"이거 한번 먹어봐야지".. 하며 친구가 사왔습니다.

이름하여 '마약김밥'

막걸리가 더 독했던지 먹어봤지만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한 듯 합니다.





그 많은 포장마차 여기저기에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들 나누고 있습니다.

제 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그네들 얼굴 표정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슬펐던 기억, 그리운 사람들..  살짝 웃으며 즐거웠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있겠죠.





이 나이되면 나도 몰래 돌아보는 시간들이 많아지는데 그러지 않으려 노력 많이 합니다.

막걸리 3통을 나누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헤어지는 인사는 '건강하자'입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삶에 참 중요한 단어이지만 우리에겐 더 절실하게 와닿는 단어입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내일도 건강하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오는 길에 돌아보니 여전히 그 집 주변만 복닥거립니다.

광장시장은 이 집이 다 접수한거 같습니다.

TV에도 자주 나오고 심지어는 백화점에서 간판 걸고 판매까지 할 정도이니..

그래도 가슴을 열어보일 친구가 있는게 진심 감사하게 생각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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